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오른쪽)와 박철균 국방부 방위비분담 태스크포스(TF)장(준장)이 12일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를 브리핑한 뒤 발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오른쪽)와 박철균 국방부 방위비분담 태스크포스(TF)장(준장)이 12일 외교부 청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를 브리핑한 뒤 발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이 작년보다 5.8% 증가한 9200억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미국이 요구했던 1조원보다 낮아졌지만, 인상률로 보면 2004년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분담금 집행 전 사전협의제를 도입해 투명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총액결정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과 미(未)집행금액 사용과 관련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감시제도로 투명성 강화

12일 외교부가 발표한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8695억원)보다 505억원 증가한 9200억원을 부담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의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와 장성택 숙청 이후 불안한 북한 정세를 반영,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협정 유효 기간과 지급 방식은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타결한 제8차 협상과 동일하다. 2018년까지 5년간 매년 분담금 총액을 지급하는 총액형이다. 인상률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前前)년도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적용,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를 2~3%로 가정하면 2018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달라진 점은 분담금 사용과 관련한 사전협의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군사건설 사업은 사업목록만 제출하던 것에서 사업설명서를 현행보다 1년 앞당겨 제출하도록 하고 장관급 협의를 통해 사용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방위비 예산 편성과 결산 과정에서 국회 보고도 강화했다. 한ㆍ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종합 연례 집행 보고서’를 작성해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 매년 4월 보고해야 한다. 미국은 ‘현금 미집행 상세 현황보고서’를 연 2회 한국 측에 제공하고 군사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 국회에 보고하는 것에 동의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대신 사용처를 모니터링하는 장치를 만드는 선에서 서로 ‘주고받기’ 협상을 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야당 반발로 진통 예상

정부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이번 협정안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비준안을 제출하는 시기는 2월 초께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방위비 예산 편성과 결산에 대한 국회 보고 합의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부실협상’이라며 국회 비준과정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공언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방위비분담금이 7997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 1200억원 이상의 방위비분담금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며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한 금액만큼 항목에 따라 지급하는 소요형 전환에 실패하고 총액형을 유지해 사실상 미국에 백기를 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심재권 의원은 “미국에 지불한 분담금 중 쓰지 못해 커뮤니티 뱅크에 예치된 금액이 7380억원에 이르며 협정 유효기간을 주한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는 2016년 이후인 2018년까지로 늘려 미국은 분담금을 2년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부실한 협상”이라고 정부에 협상 보완을 촉구했다.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SMA·special measures agreement. 미군의 한국 주둔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규정한 한·미 양국 간 협정.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근로자의 인건비(비중 약 40%),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40%), 군수지원비(20%) 등의 명목으로 지원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