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3개년 계획' 직접 제안…참모들도 '갑론을박'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의 공약집에는 ‘747’(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내건 연평균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 달성 공약)처럼 눈길을 확 끄는 그랜드 플랜이 없었다.

기자들이 궁금해하자 당시 박근혜 후보의 정책 브레인이던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박 후보가 인위적인 숫자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차피 숫자는 선거 구호에 불과한데, 그걸 제시해 놓으면 달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달성도 못 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설명도 곁들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만든 140개 국정과제에도 ‘고용률 70% 달성’을 제외하곤 숫자로 제시된 목표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치공학이란 단어만큼 대통령이 싫어하는 게 지키지 못할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쑥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들고 나왔다. 3년 내 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기에다 ‘고용률 70%’를 더해 ‘474’로 표현하며 이명박 정부 때의 ‘747’의 변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 일각에서도 “갑자기 왜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 신년 국정운영 방향을 구상하면서 처음 아이디어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집권 1년 차에 창조경제 등 여러 정책 방향을 내놓았는데 의도한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 원인이 뭘까 박 대통령 스스로 고민한 것 같다”며 “그래서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의지를 구체적으로 엮어내는 뭔가를 만들어보자면서 대통령이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놓고 청와대 참모 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몇몇 참모는 마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켜 ‘올드’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일부에선 뻔한 내용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을 앞두고 경제수석실에서 올린 박 대통령의 신년 구상 초안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란 표현이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임기 내 경제 분야 퀀텀점프(대도약)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내각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3개년 계획’ 구상을 막판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참모들 사이에선 3개년으로 할 거냐, 4개년, 5개년으로 할 거냐를 놓고도 토론이 있었다. 한 관계자는 “5개년이라고 하면 임기를 벗어나고, 4자는 어감이 좋지 않아 3개년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상 단계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되자 가장 당혹스러운 곳은 경제정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다. 지난달 말 집권 2년 차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 발표까지 마친 상황인데 박 대통령이 새 화두를 꺼내 이를 구체화하는 단계별 시행계획(로드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