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에 밀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마을운동 세계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 정부가 예산안에 반영해놓은 사업을 대표적인 ‘전시 행정’으로 규정짓고 심사를 보류해놓고 있다. 이들 사업에 대한 여야 간 이견 조율 여부가 예산안 연내 처리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근혜표 예산' 연내 예산안 처리 변수로
예결위 산하 계수조정소위(예산안조정소위)는 지난 20일 세부 사업별 삭감 심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22일부터 증액 심사에 나섰다. 여야 합의로 지난 10일부터 가동된 소위는 당초 지난 16일까지 사업별 삭감 및 증액 심사를 완료할 방침이었지만, 각 사업의 예산 규모 적정성을 놓고 양측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예결위 소속 여당 의원은 “연말까지 남은 1주일여 동안 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의 각론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이 마찰의 불씨가 되고 있다.

보류된 사업규모는 120여개로 총 16조4000억원(세입부문 제외)이다. 예산안 총지출 357조7000억원의 5% 수준에 달한다.

이들 사업 중 상당수가 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다. 새마을운동 사업과 관련해 △새마을운동 지원(23억원) △밝고건강한 국가사회 건설(12억원) △새마을운동 세계화(30억원), 창조경제와 관련해 △창조경제기반 구축(45억원) △창조경제 종합 지원(69억원) △디지털콘텐츠코리아 펀드(500억원) 등의 삭감 심사가 미뤄졌다.

박 대통령이 선언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뽑히는 ‘DMZ세계평화공원 사업’(402억원)도 공원 조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 사업에 대한 대폭 예산 삭감에 나설 태세여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박근혜표 예산’이라고 무조건 민주당이 반대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며 “공약예산이라고 해서 내용도 없이 편성한 부실예산이 많아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비롯해 정치 이슈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철도파업 문제 등도 향후 예산안 심사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법 처리를 예산안과 연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예산안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을 막기 위해선 여야 모두 예산안과 정치 이슈를 별개로 분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