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회장단 대거 참석 >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신축회관 준공식에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 등 참석자들이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전경련 회장단 대거 참석 >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신축회관 준공식에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 등 참석자들이 홍보 영상을 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축 회관 준공식을 찾아 회장단과 1시간20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재계 회장단의 만남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8월 회동 이후 기업들의 투자 고용 등을 점검하는 후속 간담회 자리였다”며 “그룹별로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분야 실적과 계획 등을 소개했고 대통령에게 즉석 건의사항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회장단 17명 전원이 한마디씩 했고 대통령이 총수들 발언마다 답변하면서 간담회가 예정보다 20분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재계의 민감한 현안인 통상임금과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업황 어려운 쪽에 정부 지원 필요”

회장단은 업황이 어려운 분야나 기업들의 해외 플랜트 수출에 정부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특히 조양호 한진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해운업체 등에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준용 대림 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 건설 수주 선진화 방안’을 언급하며 “해외 플랜트 수출에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입은행이 중장기 대출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자본을 늘려주는 것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고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법 개정안도 국회에 넘겼다”며 “예산안과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제 어떤 식으로 플랜트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핀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 헝가리 등 세계 각국이 원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의 사업에 개별 기업이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박 대통령이 앞으로 순방국가를 선정할 때 이런 국가를 적극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은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문화가 먼저 나가면 현지 진출이 상당히 쉬워진다”며 “K팝과 한국 전통문화를 정부가 나서 해외에 적극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R&D 투자 적극 뒷받침할 것”

재계 총수들은 돌아가며 그룹별 투자 및 R&D 계획을 설명하며 창조 융합 분야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정보기술(IT)과 기초과학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중소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R&D를 진행하겠다”며 “내년에도 총 투자 규모를 50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융합 신산업 분야 시장 창출을 위해 연료 전지와 휘는 배터리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IT와 에너지 융합 분야 R&D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가정신으로 투자하고 도전한다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R&D 투자와 관련,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것까지 정부가 나서서 오버할 필요는 없다”며 “R&D도 역할을 분담해서 민간에서 하기 벅차하는 것을 출연연구소에서 집중해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대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기술을 중소기업 등에 적극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창근 의장이 “SK는 86종의 정보를 개방해 청년들의 창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친환경 기술 선점해야”

박 대통령은 그룹별 R&D 계획을 듣고 “친환경 자동차나 배터리, 스마트그리드, 신소재 등 최근 R&D 테마가 친환경 문제로 귀결되는데 기술을 어떻게 선점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소배출권과 관련, “정부도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30%로 줄이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지만 부담을 기업들에만 전부 지워서는 안 된다”며 “산업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결국 기술로 극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