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각 인적쇄신 가속화할 듯…젊은 '테크노크라트' 주목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이 김정은 체제 들어 계속되는 세대교체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장성택 숙청 이후 주변 측근들에 대한 제거작업이 본격화되면 이들이 맡았던 자리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세대교체 흐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장성택이 자신의 사람들을 주로 포진시킨 것으로 알려진 노동당과 내각이다.

현재 노동당의 부장이나 비서, 내각의 상(장관) 중의 일부가 장성택 숙청의 후속조치로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당 부부장과 부상급 인사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장성택 숙청과 관련해 주목받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삼지연군 시찰에 수행한 간부 중에도 새롭게 뜨는 실세가 많다.

수행자 8명 가운데 박태성·황병서·김병호·홍영칠·마원춘 등 당 부부장 5명은 앞으로 당 원로들을 대신할 핵심 세력으로 꼽힌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20∼40대 젊은 층의 역할을 부쩍 강조하는 것 역시 이번 사건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사설에서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가 젊음으로 약동하고…"라고 표현하는 등 김정은 체제는 사회 전반에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장성택의 사람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당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도 인물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대북사업 관계자는 "2004년 장성택의 가택연금 때도 원동연 부부장 등 대남사업을 하던 인사들이 대거 교체됐다"며 "이번에도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고 2004년 때처럼 비교적 젊은 친구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은 그동안 지속적인 권력개편을 통해 세대교체를 해왔다.

이번 장성택의 숙청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군부의 요직에는 김격식 전 총참모장 등 원로들이 2선으로 후퇴하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젊은 소장파 군인들로 채워졌다.

야전군의 핵심인 군단장들도 대장급 인사에서 상장급의 소장파 군인들로 대거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득권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이 강한 젊은 인물들이 중용되면 북한 사회에 새로운 활력과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장성택의 숙청 이후 당과 내각에서 구세대 인사가 현직에서 많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등에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테크노크라트가 더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성택 숙청 이후 원로그룹이 퇴진하고 비교적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경험부족에서 비롯된 시행착오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여전히 주석단에 앉아 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기남·최태복 당비서 등은 앞으로도 계속 직을 유지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병풍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