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비전 마련이 관건…내년 6~7월 세력화 1차 판가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8일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공식화하며 두 번째 정치실험에 나섰다.

작년 대선과정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밀고당기는 협상 끝에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지 근 1년만에 또다른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양당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벽을 넘나드는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정치인 안철수의 양심찬 계획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 성공의 관건은 새로운 인물과 비전을 내실있게 채워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향후 선거 국면에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람이 문제 = 우선 새로운 피 수혈에서는 '이삭줍기', '2부리그' 등의 비판을 뛰어넘을 만한 중량감있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안 의원은 지난 4·24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물 영입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대어'를 낚았다는 평가 속에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 교수가 80여일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안 의원은 엄청난 정치적 손실을 겪었다.

또 지역 조직화를 담당할 534명의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으나 이들의 면면을 보면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지향성이 모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 로드맵이 가시권에 들면서 정치권 인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실제 성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민주당 출신의 이계안 류근찬 전 의원은 이미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 측 합류가 점쳐지고 김효석 전 의원도 탈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 중에서 비호남권 출신 민주당 중진인 김영환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은 합류가능인사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현 시점에선 강력 부인하고 있다.

'친 안철수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정치원로들의 모임인 '국민동행'에 이름을 올린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민주당 이부영 정대철 상임고문, 이철 장세환 조배숙 조성준 최인기 전 의원 등도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혁성향의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의 홍정욱 정태근 김부겸 정장선 김영춘 전 의원 등과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 민주당 강봉균 전 의원 등도 안 의원 측의 영입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안 의원으로선 이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더라도 한걸음 더 나아가 이들을 완전한 자기 세력으로 만드는 것도 과제다.

이미 안 의원은 자신과 함께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장집 교수 등이 안 의원과 결별했고 최근에는 경제 자문을 맡았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안 의원 곁을 떠나면서 안 의원의 리더십과 용인술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안 의원이 창당 시점을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도 못박지 않은 것은 사람이 안 모였다는 방증으로 보인다"며 "세력화가 어렵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민이 공감하는 새정치 비전 내놓아야 =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어떤 식으로 제시하는가도 주요 과제다.

안 의원이 그동안 내세운 '새 정치'의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많이 제기돼왔다.

이날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선 때에 이어 정의·복지·평화를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가목표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뒤 이런 목적을 위해 정치개혁을 비롯한 경제 사회 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만 언급하며 실질적인 정책제시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에따라 그의 새정치에 관한 비전과 국가목표를 구현한 정책들이 어떤 식으로 기존 정당과 차별화할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야권 내 경쟁관계인 민주당과 어떤 식으로 정책적 차별화를 해 중도층 유권자를 끌어오느냐가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호남 지지세'가 1차 동력 = 이밖에 전통적 야권 지지기반이자 지난해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던 호남에서 지지세를 얼마나 지속력있게 가져가느냐 등도 주요 포인트다.

안 의원의 세력화는 내년 6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1차적으로 평가받은 뒤 7월 재·보선을 거치면서 지속 가능 여부가 판가름될 전망이다.

만약 안 의원이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면 2016년 총선까지도 세력화에 탄력을 받으며 본격적인 원내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성과를 내 야권 내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기존의 여야 구도를 뒤흔들만한 위력도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는 안철수 개인에 대한 호감이나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이 가상의 지지율이 실제 지지율로 변환되는 것은 얼마나 대중성있고 참신한 인물들을 참여시키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