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반발에 전주교구 홈피다운·폭발물 허위 전화협박 소동까지
서울대교구장 "직접 정치개입은 사제 몫 아냐" 선 그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개최한 것과 관련, 보수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 원로신부는 당시 "NLL에서 한미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에요.

"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24일 "순국장병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시민사회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북한인권학생연대 등 6개 청년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순국장병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해당 발언에 대한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단체인 `열린 세상 시민포럼'과 활빈단 등은 천주교 전주·군산교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의구현사제단은 박 대통령에 대한 사퇴 요구와 북한 두둔 망언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자유총연맹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시대정신 등도 성명과 논평 등을 통해 "사제단이 편향된 태도에서 벗어나 종교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의 진앙지인 천주교 전주교구에 누리꾼의 관심이 쏠리면서 전주교구 홈페이지는 23일부터 접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국선언에 불만을 품은 한 60대 남성은 명동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해 신자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협박 4시간여 만에 검거된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TV를 보다가 사제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것에 화가 나 허위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직접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염 대주교는 이날 정오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정치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면서도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시국미사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트위터 아이디 @hope*****는 "천주교 전주교구 시국미사,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가슴뭉클한 기도였다"라고 적었고, @Suwon****는 "드디어 종교적 양심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썼다.

반면 "상황이 어찌됐건 종교인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심각한 문제"(@ryu***), "신부들이 자신의 책임을 제대로 했는지 신중히 봐야할 것 같다"(@hin****)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과거 암울했던 시절 민주화운동과 인권 신장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많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국미사를 계기로 종교계가 정치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친북성향' 활동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보수단체들은 사제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재향군인회 등 안보단체협의회 소속 10여개 단체와 함께 25일 오후 4시 수송동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어버이연합은 같은날 오후 6시 전주교구 앞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