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회 일정 보이콧] 부동산법안 등 줄줄이 심사 연기…또 발목 잡힌 '민생경제'
민주당이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전면 거부)’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심사는 물론 2012년 집행예산 결산심사도 3일간(11~13일) 모두 멈추게 됐다. 부동산시장 안정 등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민생·경제 입법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새누리당과 정부 역시 대야당 설득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협상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 목소리

민주당이 11일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의사 일정을 거부키로 한 것은 대여 압박 수위를 높여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특별검사제와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 등 ‘양(兩)특’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보이콧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총괄해오다 최근 직위해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특별수사팀장)에 대해 대검이 중징계를 청구하기로 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김한길 대표는 “편파 수사에 이어 편파 징계를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을 앞장서서 파헤쳤던 윤 지청장에 대한 징계는 정의와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을 징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이번 당 지도부의 결정을 놓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총회 등 최소한의 의견 수렴 절차는 거쳐야 했다”며 “가뜩이나 민생 법안과 예산안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여론의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등 헛걸음

민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심사는 줄줄이 연기됐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과 행복주택 건축을 위한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10개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불참 선언으로 회의를 오는 15일로 잠정 연기했다. 기획재정위원회도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세법 개정안 등 180여개 법안을 상정할 방침이었지만 취소가 불가피해졌다.

국방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의 2012년 집행예산 결산심사도 취소됐다. 이미 법정 처리 기한을 두 달 이상 넘긴 결산심사가 시간에 쫓겨 수박 겉핥기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10여명의 기재부 간부들은 헛걸음을 했다. 결산안 심사가 늦어지면서 내년 예산안 심사도 지연될 전망이다. 기재부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예산안 심의는커녕 결산 처리도 아직 안 끝나 걱정이 많다”며 “현재 국회 상황을 봐서는 내년 예산안 심사가 법정 기일인 내달 2일은커녕 연말까지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정치 파업”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보이콧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퍼부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결정은 검찰의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이는 정치파업”이라며 “툭하면 국정과 민생을 볼모로 국회 보이콧이라는 정치파업을 벌이는데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야 협상력 부족이 현재의 경색정국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경제부처 역시 그동안 주요 법안에 대한 야당 설득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정호/이호기/이심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