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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5일 밤(한국시간 6일 오전)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은 화려함과 품격 자체였다. 만찬이 열리기 전 언론에 잠깐 공개한 2층 대연회장은 규모부터 압도적이었다. 20여m 높이의 천장에는 7개의 초대형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사방 벽에는 대형 액자와 금박 무늬 장식들로 가득했다. 뒤편에는 대형 파이프 오르간과 오케스트라가 자리했다.

이날 만찬은 흰색 드레스에 왕관을 쓴 여왕과 짙은 주황색 저고리와 꽃무늬가 있는 아이보리색 치마 한복에 여왕에게서 받은 ‘바스 대십자 훈장’을 두른 차림의 박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테이블 맨 중앙에 앉은 여왕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박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왼쪽에는 여왕 남편 필립공이 앉았다. 여왕의 만찬사에 이어 박 대통령은 양국 관계 발전을 기원하는 내용의 답사를 5분간 영어로 했다.

만찬 메뉴로는 야채 크림 소스를 얹은 송어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와인과 오렌지 향의 소스를 뿌린 꿩구이에 감자와 양배추쌈 계절야채가 곁들여진 메인 요리 등이 나왔다. 와인은 카멜 밸리의 피노 누와 로제, 퓔리니 몽라셰, 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 등이 제공됐다.

박 대통령은 3시간여의 만찬이 끝난 뒤 여왕의 안내로 버킹엄궁 내 숙소인 ‘벨지언 스위트’로 이동했다. 이 방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3남1녀 중 차남과 삼남인 앤드루 왕자와 에드워드 왕자가 태어난 곳이다.

여왕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대형 초상화를 선물했다. 대영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박 대통령이 평소 ‘롤모델’로 존경한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궁중 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홍삼 중에 최상급이라는 천삼(天蔘)을 전달했다.

런던=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