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혹스런 김국방 >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곤혹스런 김국방 >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군 정보기관의 수장인 기무사령관이 취임 반년 만에 이임식도 하지 못한 채 교체되면서 그 배경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까지 미치자 김 장관은 기무사의 청와대 직접 보고 관행을 없애는 등 ‘개혁’을 지시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논란의 핵심은 김 장관이 특정 인맥 출신을 주요 보직에 진급시켰다고 기무사가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 기무사는 김 장관과 친한 인사들이 잇따라 주요 보직에 오르자 이 문제를 김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있은 뒤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장경욱 소장(육사 36기)은 지난달 25일 이임식도 없이 옷을 벗었다. 이 조치 배경에 김 장관이 있다고 군 일부에선 보는 것이다.

장 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월 인사 때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군 내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고 확인해보니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다”며 “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라고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반면 김 장관은 장 소장 퇴임 하루 만인 지난달 26일 이재수 신임 기무사령관 취임식에서 “이번 인사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 얘기에 흔들리지 말고 방첩 업무 등 기무사 본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무사령관의 역할은 국방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며 “기무사도 장관의 지휘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기무사의 청와대 직보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기무사 본연의 역할로 △군사 보안 △방위산업 보안 △방첩 수사 △대간첩 색출·대테러 탐지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직보는 기무사의 역할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군 내부에선 기무사의 역할이 국방부 장관 견제에 있는지, 보좌에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허평환 전 기무사 사령관(육사 30기)은 “장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해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군 통수권자(대통령) 보필은 기무사의 업무 규정에도 나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두식 전 기무사령관(육사 27기)은 “우선 장관을 보좌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쿠데타 등을 우려해 군의 동향을 기무사에서 직접 보고받았지만 지금은 국방부 장관 보좌가 기무사의 최우선 임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단 김 장관의 인사가 무리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