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역할 놓고 엇갈린 시각…"장관 견제" vs "장관 보좌"

6개월 만의 기무사령관 교체를 계기로 군(軍) 정보기관인 기무사 개혁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가 음성적인 군내 동향보고 폐지를 골자로 한 고강도 기무사 개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장관과 기무사의 관계에 대해 역대 기무사령관들은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 기무사령관을 지낸 허평환 예비역 중장(육사 30기)은 장 전 사령관이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사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경질됐다는 의혹과 관련,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장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해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전 사령관은 "기무사는 편제상 장관 직속이나 모든 임무에 대해 장관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며 "그런 것(청와대 보고)을 월권이라고 해서 개혁한다고 하면 기무사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무사가 1차적으로 군내 문제를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고 바로 잡도록 조언해야 하나 그것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통령 혹은 청와대에 직접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 허 전 사령관의 견해다.

기무사령관은 김대중 정부 때까지 대통령에게 직접 군내 동향을 보고했으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는 기무사령관 독대가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독대는 폐지됐으나 군내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관행은 이어졌다.

허 전 사령관은 군내 동향을 음성적으로 윗선에 보고하는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국방부의 기무사 개혁 방향에 대해 "정보 수집을 못 하게 한다는 것과 기무사가 장관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같은 얘기"라며 국방장관을 견제하는 기무사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반면 김대중 정부 때 기무사령관을 지낸 문두식 예비역 중장(육사 27기)은 "기무사령관은 국방장관의 부하이기 때문에 우선 장관을 보좌해야 한다"며 "장관을 견제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쿠데타 등을 우려해 군내 동향을 기무사로부터 직접 보고받았지만 지금은 국방장관 보좌가 기무사의 최우선 임무라는 설명이다.

문 전 사령관은 "장관을 견제하듯이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기무사령관은 장관을 잘 보필하면서 청와대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기무사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야전에서 사단장과 군단장을 마친 장군이 기무사령관으로 와서 폼만 잡다 가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무의 특성상 기무사 직원들도 전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