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민주당 당사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저녁 민주당 당사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0·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 전만 해도 경북 포항 남·울릉은 몰라도 경기 화성만큼은 상승세를 탔다며 내심 역전까지 기대했던 게 사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개표 초반부터 큰 표차로 벌어지자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0시께 배포한 두 줄짜리 짤막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기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부터 이기기 쉽지 않은 선거였다”며 “다만 투표일 직전 국가정보원 트위터 대선 개입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줄 알았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재·보선 참패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해왔던 민주당의 대여 투쟁 동력도 상당 부분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와 오일용 민주당 후보 간 격차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표차(12%포인트)의 3배에 달한다”며 “이렇게 되면 정권심판론으로 승부했던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당내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줄기차게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을 비판해온 민주당의 ‘부정선거 프레임’에도 일반 국민은 크게 동의하고 있지 않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