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심대평 전 충남지사,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15일 운정회 발기인총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심대평 전 충남지사,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15일 운정회 발기인총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운정(雲庭) 선생은 두 차례 국무총리와 9선 국회의원, 그리고 민주공화당 등 네 개 정당 총재와 대표를 지낸 우리 현대사의 산증인입니다. 오늘 우리는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동지 간에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발기인총회를 열고자 합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15일 오전, 서울 남산동의 한 중식당에 ‘운정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운정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아호다. 이날 행사는 김 전 총리의 아호를 딴 ‘운정회’의 발기인총회였다. 운정회는 2004년 정계에서 은퇴한 김 전 총리의 정치 역정을 돌아보고 40여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핵심에 있던 그를 재평가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김종필 前총리 재평가하자" JP의 사람들 '운정회' 발족
행사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심대평 전 충남지사,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김진봉 전 명지대 부총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은 세 명.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자리를 함께했고 이완구·성완종 의원은 국정감사 때문에 불참했다. 또 2002년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날 총회에서 회장에 추대된 이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1961년 정치무대에 처음 등장한 김 전 총리는 이후 ‘3김 시대’를 이끈 대한민국 정치사 그 자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부터 ‘한강의 기적’까지, 그를 빼놓고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임이 자리가 잡히면 정치사의 ‘큰 별’인 김 전 총리의 업적을 기록하고 후대에 교훈을 줄 수 있는 기념사업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던 장 전 장관은 건배사 제의를 받고는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바로 김 전 총리”라며 “그의 건강을 위해 건배!”라고 말했다.

“40여년 정치를 해 보니 결국 정치는 허업이더라.” ‘허업장장 40여 성상(虛業長長 40餘 星霜)’이란 말과 함께 2004년 정치권을 떠난 김 전 총리는 “역사는 후대에 사가들이 기록하는 것이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초 운정회 결성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총리를 모시던 사람들이 적극 설득해 이날 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 김 전 총리의 측근인 김상윤 특보는 “신문 스크랩만 300권이 넘는 등 김 전 총리와 함께한 반세기의 기록물이 서고에 가득하다”며 “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면 사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후배 정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정회는 오는 12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기념관 건립 등 각종 기념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2008년 뇌졸중이 발병한 뒤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재활 치료 중인 김 전 총리는 불참했다. 김 전 총리를 수행하고 있는 유운영 한국정경문화아카데미 사무총장(전 자민련 대변인)은 “요즘은 건강을 많이 회복해서 매일 30분씩 산책도 하고, 식사도 잘하신다”고 김 전 총리의 근황을 전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