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MB가 직접 '대운하 컨소시엄 유지' 지시"

이명박 정부가 대형 건설사들의 로비로 당초 민간자본투자방식으로 추진하던 대운하 사업을 막대한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4대강 사업으로 바뀐 뒤에도 '대운하 컨소시엄을 유지하라'고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과, 담합에 불만을 품은 일부 건설사를 달래기 위해 청와대가 입찰방식을 조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15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 문답서'를 토대로 이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문답서에 따르면 대림산업 A전무는 정부가 민자사업을 포기하고 재정사업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업체들 판단에 사업성이 없어서 현대건설을 통해 정부 측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해서 된 것"이라고 답했다.

A전무는 대운하 중단선언 전 현대건설이 주도하던 대운하 컨소시엄과의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도 "민자가 안 되니 재정사업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는 교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는) 정부 시책이 변한 이유가 국민 여론 때문이 아니라 업체들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진술"이라면서 "이미 국가재정사업으로 하겠다는 준비를 마치고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대운하 포기 이후에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지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감사원 문답에서 현대건설 B전무는 "장석효 전 한반도대운하 TF(태스크포스)팀장에게 '컨소시엄을 해체해야 하냐'고 문의하자 장 전 팀장이 VIP(대통령)에게 전화한 뒤 '여론 때문에 일시적인 문제이니 포기하지 말고 지켜보자'고 해 유지했다"고 답한 것으로 문답서에 적혀 있다.

이 의원은 "대운하를 포기한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은 여론이 가라앉으면 다시 추진할 생각이었지만, 감사원은 대통령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청와대가 담합을 더욱 안전하게 하기 위해 개입, 조정까지 한 정황을 발견했다"면서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이 '판을 깰 필요가 있다'며 낙동강 6개 공구의 턴키 입찰공고에서 한 업체가 1개 공구에만 입찰하도록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컨소시엄에 반발하던 두산건설을 담합세력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실제로 대림산업 내부 문건에 따르면 낙동강 32공구 사업자는 2009년 8월 삼성물산에서 같은 해 9월 두산건설로 변경됐다.

이 의원은 "컨소시엄에서 나간 회사들이 한 개의 공구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청와대-정부-건설사의 담합이 폭로될 위험이 있었다"며 "기업들이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행정관이 입찰공고를 통해 직접 개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