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이념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보수, 민주당은 개혁적 진보라고 각기 주장하지만 실제로 내놓은 법안과 선거공약을 보면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여러 조사 결과다.

지금은 자유경제원으로 이름을 바꾼 자유기업원이 18대 국회 3~4년차 때인 2010년 6월~2011년 3월 사이 처리한 법안에 대한 투표 성향으로 국회의원과 정당을 분석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시장친화지수는 28.9로 민주당(21.8)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0~100 사이에서 50을 넘으면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 정당, 50 이하면 진보 정당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실제 법안 처리만 놓고 보면 두 정당 모두 좌파 정당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당시의 점수로 평가한다면 두 당의 현재 주요 경제정책 결정자 중에는 중도 우파 성향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 집권 여당의 정책을 책임진 김기현 정책위 의장의 시장친화지수는 42.9로 중도 진보에 가깝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몰려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김정훈 위원장(새누리당)은 40.4였다.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새누리당) 40.3, 강창일 산업통상자원위원장(민주당) 34.5,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 32.4, 이군현 예산결산특별위원장(새누리당) 45.9 등으로 50을 넘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김기현 의장과 김정훈 위원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보수 성향이 강한데도 수치가 중도 진보로 나온 것은 여야의 극단적인 포퓰리즘 경쟁과 당론정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대 국회도 비슷하다. 19대 총선 당시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여야 후보 386명의 핵심 공약 1182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8%가 산업단지 조성과 도로 건설 등 지역개발 공약을 냈다. 복지 공약이 22%, 서민경제 활성화 12.2%, 일자리 창출 11.8% 순이었다. 반면 여야 정당은 무상보육, 무상급식,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등의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중앙당은 좌파가 강조하는 복지 공약을 잔뜩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에선 보수와 진보 정당의 구분이 더 어려워졌다.

여야 모두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다. 한 원로 정치인은 “두 당 모두 정체성이 없는 잡탕당”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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