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된 한글날을 앞두고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 관공서가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작년 12월 말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됐지만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집은 물론 관공서에 비치된 달력에 한글날이 공휴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대구지역 모 구청 민원실에는 모 은행이 제작한 달력이 곳곳에 걸려 있지만 한글날이 평일처럼 검은색 숫자로 표시돼 있다.

이러다보니 민원실을 찾은 주민들은 10월 9일을 평일로 생각하기 일쑤다.

7일 오전 민원실을 찾은 박모(70·여)씨는 "집에 걸려 있는 달력도 그렇고 구청 민원실 달력도 모두 한글날이 평일로 돼 있다"면서 "민원실을 자주 찾는데 하마터면 공휴일에 구청을 찾을 뻔 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구청은 사무실마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표시된 달력으로 바꾸어 거는 등 민원인들의 혼란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지역 한 세무서는 한글날이 공휴일로 제대로 표시된 달력이 사무실에 걸려 있음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이 세무서는 민원실 앞에도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는 등 민원인들이 혼선을 겪지 않게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한글날에 민원인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관공서의 고민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글날이 공휴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응답자가 3분의 1이나 되고 달력은 물론 다이어리 수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에도 공휴일 표시가 안 돼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한글날의 위상을 높이려 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작년 연말에 공휴일 재지정이 결정되는 바람에 올해 한글날엔 다소간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