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이 열린 16일 국회에서는 회담장인 사랑재를 중심으로 청와대 경호처 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철통 경계를 펼쳤다.

삼엄한 외부 분위기만큼 회담도 시종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오후 2시45분께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의장실에서 강창희 의장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짙은 회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이어 58분쯤 사랑재로 이동해 3시 정각 도착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 앞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회담 시작 15분 전 가장 먼저 사랑재에 들어섰다. 이어 5분 뒤에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입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4분 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사랑재에 도착했다.

노숙투쟁 중인 김 대표는 평소 입던 ‘노숙 패션’이 아닌 말쑥한 청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다만 수염은 깎지 않았다. 이 밖에 이병석·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ㆍ외교안보ㆍ홍보ㆍ경제수석, 제2부속, 정무비서관, 대변인 등이 왔다.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설명에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해외순방 성과에 대한 덕담이 오가면서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설명에 앞서 여야 대표들 사이에선 신경전도 오갔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미리 준비한 각종 서류들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자 최 원내대표가 “공부를 사전에 하고 와야지, 여기서 하면 어떻합니까”라며 농담을 던졌다. 황 대표도 이에 “시험장에서 공부하시면 되나”라며 거들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에 응수하지 않고 사랑재 건축과 관련해 “나무를 잘 구했네…”라고 화제를 돌리자 황 대표가 “다 국산이고 대들보만 캐나다산”이라며 설명했다.

김 대표가 원외에 있을 당시인 2011년 5월 완공된 사랑재는 귀빈 접견을 위해 만들어졌다. 경복궁 경회루와 동일한 건축양식에 따라 대부분 90년 넘은 강원도 소나무로 지어졌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의 러시아·베트남 순방 결과 보고회가 진행됐다. 약 30분간의 브리핑이 끝나자 3자 회담을 위해 박 대통령과 황 대표, 김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