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법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에 해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의원입법 시 규제영향분석제도 등을 도입해 법이 사회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호용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27일 한국입법학회와 한국입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회 의원입법제도의 발전방안’ 학술대회에서 “최근 의원입법 양산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의원입법이 규제를 양산하고 이런 기업 규제는 국민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등록 규제가 5186건에서 2009년 1만1050건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2010년 1만2120건, 2011년 1만3147건, 2012년 1만3914건으로 규제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0위 안팎을 유지하지만 정부 규제 부담 정도는 2009년 98위(133개국 대상)에서 지난해 117위(144개국 대상)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대 국회 이후 의원입법이 늘며 법안 발의 건수가 폭증했다고 소개했다. 17대 국회에서는 6387건, 18대에서는 1만3913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19대 들어서는 6210건(지난 23일 기준)의 법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지 교수는 “정부 발의안의 가결률이 16대 72%, 17대 51%였던데 반해 의원 발의안은 16대 27%, 17대 21%, 18대 13.6% 등으로 현저히 낮았다”며 “(의원 발의안은) 내용상으로도 법률 전체를 조망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보다는 사회의 특정 계층이나 지역구 등을 위한 미시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했다.

홍완식 한국입법학회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우리나라의 입법은 그때그때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단편적으로 행해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법령의 빈번한 개정은 법적 안정성을 저하시키고 법률의 집행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의원입법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입법평가제도와 규제영향분석제도 도입 등이 제시됐다. 입법평가제는 해당 법률의 제정이 불가피한 것인지, 법률의 집행 가능성과 소요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규제영향분석제도는 해당 법률로 인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사회·경제·행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 발의안에는 규제영향분석 등을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지만 의원 발의안에는 이런 절차가 생략돼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