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의혹 국정조사특위의 16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재판 중인 점 등을 들어 나란히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1948년 제헌헌법 제정으로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제도가 도입된 후 국조나 국감에서 증인이 불출석한 사례는 있지만, 일단 출석한 증인이 증언 자체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헌의회 때부터 최근까지 과거 기록을 살펴본 결과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조 및 국감 제도는 1972년 유신헌법 제정으로 폐지됐다가 국조는 1980년 개헌, 국감은 1987년 개헌에서 각각 부활했다.

이날 오전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청장은 "증언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면서 "원칙적으로 증언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오후에 출석한 원 전 원장도 "진실을 그대로 증언하겠다"면서도 "형사재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 있다"며 김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증인선서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3조1항에 따르면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또는 149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선서·증언 또는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증인으로 하여금 거부 이유를 소명하도록 했다.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이 증언 거부 근거로 제시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제148조로, 이 조항에 따르면 증인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인 두 사람의 증언 거부를 두고 여야간 날선 공방도 전개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김 전 청장에 대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얼마나 거짓말을 하면 선서를 못하냐"고 비판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원 전 원장을 향해 "작심하고 위증하겠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증인의 기본적 권리, 인권을 보장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증인들을 '엄호'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