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살리기' 역풍 고민, '대기업·고소득자 稅강화론' 제기
국정지지율 하락과 10월 재ㆍ보선 악영향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최대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복지재원 확충 등을 위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오히려 '유리지갑' 중산층을 볼모로 한 '세금폭탄'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하면서다.

청와대와 정부는 "세금폭탄은 아니다.

총급여 5천500만원 이하 서민·중산층의 40% 정도는 근로장려금(EITC) 등을 통해 오히려 감세 혜택을 받는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은 양상이다.

국가정보원 댓글조사 국정조사를 고리로 장외투쟁에 돌입했으나 미미한 열기로 '회군'을 고민하던 민주당이 세제개편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지자 12일부터 세제개편 반대 서명운동까지 나서는 등 '세금논란'이 이미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아직은 반응을 아낀 채 여론의 흐름 등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로 '민생ㆍ경제살리기'를 잡은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취임 초기 인사파동과 정부조직법 지연 이후 5월 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의혹' 사건을 극복하고 하반기 국정운영의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려던 구상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 공개 파문 등에 이어 국정원 댓글의혹과 관련한 국조 등으로 야권의 파상공세는 계속돼왔지만 이러한 것들은 민생 이슈가 아닌 공방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한발짝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온갖 정치공방에도 불구하고 최근 3개월 연속 60%를 넘는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여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세금논란'은 그 성격부터가 철저한 '민생 이슈'라는게 청와대의 고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특히 중산층 개개인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자칫 수습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입법예고 단계에 불과하지만 당정간 조정, 국회 심의 등을 거치며 현 정부의 신뢰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선거인 10월 재ㆍ보선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신속하게 '조기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사견임을 전제로 "당이 주도해 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청와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 상황이 길어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촛불에 기름을 부었다'는 표현이 딱 맞다.

정부가 초기 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많다"고 공감했다.

신율 교수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광우병 논란 만큼 인화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초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불길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산층에 대한 세수 확대보다는 대기업 법인세 과세를 확대하고 고소득자나 금융자산가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많은 봉급생활자의 화를 돋운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수석은 정부안 발표 다음날인 9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은가" 등의 발언을 해 봉급생활자들을 자극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