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임직원들이 7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개성공단 입주기업 임직원들이 7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북한이 7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7차 실무회담을 14일 개최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의 해제, 남측 입주기업의 출입 허용, 남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 남북의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 방지를 전제한 정상운영 보장 등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어 “우리의 이상과 같은 대범하고도 아량 있는 입장 표명에 호응한다면 남측 당국이 거듭 요청하는 7차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을 8월 14일 공업지구에서 전제조건 없이 개최할 것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특별담화는 우리 정부의 경협보험금 지급 발표 직후 나왔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성명을 통해 ‘마지막 대화’를 제의한지 열흘만에 침묵을 깨고 호응해온 것이다.

정부 강한 압박 통했나…北 재발방지 약속

앞서 우리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보험금을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에 공언해온 ‘중대결단’의 첫번째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의 의결을 통해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경협보험금을 신청한 기업은 보험 가입사 140곳 가운데 109개 기업으로 이들이 신청한 2809억원의 보험금이 전액 지급될 예정이다. 보험금은 8일부터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수령할 수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잠정 중단선언 등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합의 불이행으로 사업 중단 1개월 중단 시점인 5월 8일부터 경협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입주기업들의 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수령액 한도 내에서 기업들이 현지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권리가 남북협력기금으로 이전된다. 경협보험 약관 제33조 제3항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시 보험계약자 사고지분 등에 대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위할 수 있다. 기업 소유의 개성 내 자산에 대한 처분권리(대위권)가 정부로 넘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경협보험 지급은 정부가 공언해온 ‘중대결단’에 따른 사실상 첫번째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협 보험금이 지급되면 개성공단 내 투자자산의 소유권이 기업들의 손을 떠나는 것인 만큼 사실상의 철수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보험금 지급과 ‘중대조치’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근로자 철수 등에 따른 사업 정지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생겼고 그에 따라 관련된 규정에 의거해 정부가 할 바를 하고 있다”며 공단 폐쇄조치와의 관련성에는 선을 그었다. 추가적인 ‘중대조치’ 계획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공단 내 자산에 대한 처분권리를 기업으로부터 넘겨받아 부담을 덜어낸 만큼 개성공단에 대한 후속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추가로 할 수 있는 중대조치로는 단전, 단수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 5월 우리측인원이 전원 귀환한 이후 개성공단에는 시설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만 제공되고 있다. 북측이 이날 개성공단 7차회담을 제의하면서 공단 가동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남측 정부의 이런 압박이 작용한 결과라는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다만 경협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정부와 입주기업간 갈등 조짐도 보였다.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에서 “경협보험은 기업생명의 끈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지 보험금 수령이 폐쇄 절차를 의미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보험금을 수령할 경우 공단 내 자산에 대한 대위권이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면 보험금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남북경협보험의 연원은 1990년대 초반으로 올라가는 만큼 기업들이 경협보험의 구체적인 내용과 혜택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신청했을 것으로, 그리고 지급사유 발생 이후 수출입은행이 1차적인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입주기업과 충분한 소통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