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쉬운 것부터 주고받아…국내외 환경 고려한 듯
후속 재발방지·피해 입장표명 논의서 어려움 겪을 수도

남북 양측은 무박 2일로 치러진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향한 첫걸음 뗐다.

회담 합의문은 "남과 북은 준비되는데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이번 남북간 합의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과 공단 폐쇄 등의 조치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일단 원칙적으로 공단 재가동이라는 목표를 명시한 것이다.

또 두 차례 전체회의와 12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남북 양측은 10일부터 설비점검 방북,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과 관련 절차에 따른 설비 반출에 합의했다.

이런 합의는 남북 양측의 요구를 절충한 주고받기 식 협의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기업의 설비 점검과 조속한 원상복구를, 남측은 완제품 및 원부자재의 반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따라서 양측이 서로 강하게 요구한 내용을 절충해 합의문에 담은 셈이다.

또 개성공단 방북이 이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군 통신선 등의 복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측 인원들과 차량들의 통신통행과 안전복귀, 신변안전을 보장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한의 서로 입장이 달랐던 부분에 대해 비교적 잘 합의를 이룬 것 같다"며 "풀기 쉬운 것부터 합의한 것은 잘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남북 양쪽 모두 처한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측에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우리가 투자한 투자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최소한 인력의 방북을 수차례 호소했다"며 "그러나 남북 양국이 이런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아 설비의 국내외 이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대위는 4일부터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원하는 '평화 국토대행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비판여론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하기는 했지만, 남측의 체류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예상치 못했다가 허를 찔린 상황에서 조기 재가동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해온 5만여 명의 근로자가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재정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측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회담 관계자는 "이번 회담 결과는 사실상 북측이 남측에서 요구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과 미국 등이 6자회담뿐 아니라 북한과 양자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서게 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이런 배경에서 남북한이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기는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작지 않다.

이번 회담에서는 재발방지와 관련해 10일 개성공단에서 후속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강력히 요구한 재발방지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미뤄놓은 셈이다.

앞으로 재발방지를 어떤 형태로,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남측이 북측에 우리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도 앞으로 공단 재가동으로 가는데 넘어야 할 산이다.

북측의 누가, 어느 정도의 수위에서 태도 표명을 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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