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협조없이 입법 불가 현실…대야 정무기능 강화론 대두
野ㆍ청와대 부정적…원로급 '정무특보 신설' 대안론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예기치 않게'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하면서 그 배경과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운영의 제도개선 필요성과 야당과의 신뢰관계 구축을 약속하며 "여야 간의 노력과 함께 청와대와 정치권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무장관제의 부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가 제안한 정무장관은 1948년부터 1981년까지는 '무임소 장관'이라는 명칭으로 정부조직법에 규정돼 왔고, 1981년부터 1998년까지 존치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김대중 정부 시기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특임장관'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각 부처 장관이 사실상 정무기능을 수행하는 책임장관제와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새 정부에서는 정부조직개편과정을 거치며 폐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정무장관제 부활을 제안한 배경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의 현실이 깔려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대야소'(與大野小)의 국회 의석분포에도 불구하고 '60%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선진화법으로 인해 이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사실상 처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전가의 보도'로 여겨졌던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선진화법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선진화법 아래서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이라는 엄격한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특히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인 152석을 보유하고도 정권초 정부조직개편안에 발몫이 잡혔던 것도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강화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선진화법은 사실상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제 어떤 법안도 여야 합의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만큼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야당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 정무수석만으로는 벅찰 수밖에 없다"며 "국회와 입법의 메커니즘을 잘 알고, 야당과 대화할 수 있는 정무장관의 신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정무장관 신설이 어렵다면 대통령이 곁에 정무특보를 두는 방안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 원내대표의 정무장관 부활 제안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조속히 입법화해야하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선진화법 구조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 각론에서 야권과 이견을 조율하고 입법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정무장관 부활이 최 원내대표의 제안대로 이뤄지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정부 슬림화'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는데다 청와대도 우여곡절 끝에 만든 정부조직을 다시 손봐야 하는 점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무장관제를 당장 부활하기 어렵다면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정무 기능을 보강해 국회, 특히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법 준비 단계에서 국회에 대통령이나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원로급으로 대통령 직속 정무특보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