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입법 활동에 속도 조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체휴일제 시행 등 사회 각계의 반발과 재계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기업의 고용·투자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와 관련, 재계의 반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당 원내 지도부는 ‘과잉 입법’이란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무차별적인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태어나지 말아야 할 법은 태어나고, 정작 태어나야 할 법은 사장되고 있다”며 “국회가 대기업 등이 무조건 문제가 큰 것처럼 보고,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재계의 시각차가 큰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 처리는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체할 입법안을 추가로 발의한 데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6월 국회에서 최종 처리될지도 미지수다.

‘대체휴일제’ 도입 관련 법안 처리는 9월로 연기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체휴일제 도입을 위한 ‘공휴일에 관한 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정부와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체휴일제는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평일에 하루를 쉬게 하는 제도다. 안행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재계가 “기업의 경영 손실이 크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계에선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추가 인건비와 생산감소액을 합쳐 연간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새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법안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민간의 자율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대체휴일제를 법으로 강제할 게 아니라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