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부터 정쟁으로 날새는 정치권 무능ㆍ이기주의 비판 고조
野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압박 고조될 듯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을 둘러싼 정치권의 난맥상 때문에 장관 내정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새 정부 파행 양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을 향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핵심이라고 공공연히 강조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을 놓고 한 달이 넘도록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오는 4ㆍ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즈음해 '새정치'에 대한 여론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새 정부 출범 일주일만인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지켜내기가 어려웠다"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버리려 한다"고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김 내정자는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으로 벤처기업가에서 세계 최고 IT(정보기술) 연구기관의 수장이 된 살아있는 IT 신화의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박 내정자가 자신이 IT 융복합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겠다는 이른바 '창조경제'를 이끌고 나갈 핵심으로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직을 맡기기 위해 삼고초려한 인사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4일간이나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정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미래창조과학부의 앞날은 물론 새 정부의 출범 자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 내정자가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을 맡을 인사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데,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나 엄중한 만큼 그 기간이 적지 않게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야당의 양보로 정부조직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신임 내정자 인선과 이후 인사청문회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정부의 온전한 출범은 이달 중순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종훈 사퇴'의 후폭풍은 현 정치권에 불어닥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달이 넘게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한 데 대해 정치권의 무능과 구태의연함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지만,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비판의 초점이 박 대통령보다는 여야 정치권에 더 몰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종훈 내정자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과학과 ICT(정보통신 기술)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서 생산동력과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발전하고, 저는 그 비전에 공감해 나라와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설득에 감명받아 동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야당에 대한 압박이 당장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을 거듭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이 (미래창조과학부)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면서 "그동안 야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사안을 많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돼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대통령이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략적 후퇴론'이 제기될 지 주목된다.

이미 민주통합당 소속인 강운태 강운태 광주광역시장도 지난달 27일 민주당 간담회에서 "식당을 지키는 주인이 밥을 짓겠다는 데 찰밥이든 흰밥이든 짓게 하지 왜 민주당은 그러는가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고 언급한 바도 있다.

한편 정치권이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난맥상'을 감안할 때 내달 치러지는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권에 '새정치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킬지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여야 정치권은 지난 3일 안 교수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안 교수의 '컴백'을 알리자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불거진 기성 정치권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라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 바 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 대치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건 간에 그 과정에서 기성 정치권이 입은 '생채기'가 안 교수의 컴백 무대에 좋은 발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