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에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에서 중용된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정부 조직도 그때와 비슷하게 개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단행된 1차 조각이 대표적이다.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윤병세(외교부)·김병관(국방부)·서남수(교육부)·유진룡(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 등 4명이 노무현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고위직을 지낸 뒤 공직을 떠났다.

특히 윤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까지 지냈고 김 후보자는 2008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을 역임했다. 유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와는 ‘애증관계’다. 2006년 문화관광부 차관에 임명됐지만 노무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로 6개월 만에 경질됐다. 당시 그는 ‘문광부 산하 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라는 청와대 청탁을 거절했다 잘린 것’이라고 폭로해 사실 관계를 놓고 청와대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국무총리와 청와대 실장급 인선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급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내정자는 각각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박 당선인의 정부 조직 개편안도 노무현 정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던 경제부총리와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해수부는 노무현 정부의 ‘트레이드 부처’였다. 교육(교육부)과 과학기술(미래창조과학부)을 따로 분리한 것도 부처 명칭을 떠나 박근혜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닮은꼴이다.

청와대 개편안에도 유사점이 있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의 국정 아젠다 관리를 위해 청와대에 신설하기로 한 국정기획수석실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상황실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던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이 박근혜 정부에선 다시 부활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이지만 박 당선인이 지난 5년간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다. 반면 ‘박 당선인이 책임장관제를 구현하기 위해 관료 출신을 중용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정무직인 차관급 이상 고위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면 공직을 떠났다가 그 다음 정부에서 재발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