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사실상 ‘권력서열 2인자’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한다(헌법 86조).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그 권한을 대행하는(헌법 71조·정부조직법 12조)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다.

헌법에 따른 총리의 권한은 크게 7가지다. 우선 국무위원, 행정 각 부 장관에 대한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는다. 행정 각 부의 통할권과 행정감독권을 갖고 대통령 궐위·사고시 권한도 대행한다.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심의권이 있으며 국회 발언권 및 총리령 발령권도 총리 권한이다.

얼핏 보기엔 엄청난 권한을 가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규하 전 대통령을 빼면 총리가 대통령이 된 일은 없었다. 총리는 선출직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임명직이다. 임명직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골라 앉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권한을 활용해 자기 뜻을 펴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인지 총리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대체로 일치한다.

역대 총리들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거나 장관들을 불러모아 실타래처럼 꼬인 정책 조정에 나섰다. 대통령과 장관 인사를 협의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총리가 ‘허세’로 평가되는 것은 총리가 국정을 주도적으로 움직였던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이기 때문이다.

의전실무편람에 따르면 국가 의전 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순이다. 최근 들어 국가행사에서 선관위원장이 의전 서열상 총리 앞에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