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쌍용차가 걱정되면 車나 팔아주시든지
민주통합당이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모양이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의원들이 앞다퉈 쌍용차 해고자들의 농성지인 대한문과 평택 철탑을 오가며 군불을 때더니 임시국회 최대 이슈로 삼겠다며 으름장이다. 무엇보다 급하다던 당내 쇄신은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내부 문제를 풀지 못해 여론의 지탄을 받느니, 쌍용차 문제를 부각시켜 이참에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보자는 속셈인 듯싶다.

요구는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이다. 근로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회계조작을 했으니 원천 무효라는 주장인데, 그 주장은 이미 금융감독원과 법원이 터무니없다고 판단을 내린 사안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정치인들은 쌍용차 사태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 소위 옥쇄파업이 한창이던 2009년, 평택공장에 진을 치고 있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기억해보라. 오죽했으면 쌍용차 직원 부인들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공장을 나가달라고 읍소했겠는가. 불법파업을 지원하며 표를 세던 사람들이다. 회사가 골병이 들건, 대다수 침묵하는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건, 그건 알 바가 아니다. 목소리 큰 강경파의 등을 두드리며 자신의 입지만을 다지는 그런 부류들이다.

며칠 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밖에서 떠드는 30명이 11만명의 일자리를 들쑤셔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노사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정리해고의 길을 선택한 159명 가운데 대한문과 평택 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골수멤버다. 이들 30명이 쌍용차 노사 4800여명과 판매대리점 직원, 252개 협력사 근로자 등 11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11만명의 일자리를 외면한 채 30명의 주장만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며칠 전 평택공장을 방문했을 때 노조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도 노동자인데 왜 우리 얘기는 들어주질 않는가. 민노총만 노동자이고, 탈퇴한 기업노조는 노동자가 아닌가. 우리도 철탑에 올라가겠다. 그래야 우리 얘기를 들어주겠나. 백번 옳은 얘기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경영정상화뿐이다. 경영이 궤도에 올라야 충원 수요가 발생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노사합의를 무시한 정리해고자까지 전원 복직시키라는 정치권의 주장은 회사를 법정관리 직전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정치인들은 쌍용차 임직원들이 다른 걱정 없이 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그래도 사명감에 불타 쌍용차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면 차나 몇 대 팔아주는 게 맞다. 그게 휴직자와 퇴직자들의 빠른 복귀를 돕는 길이다.

쌍용차의 경영은 다행스럽게도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이 12만대를 넘었다니 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던 2009년 3만5000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각고의 노력이 일궈낸 성과다. 판매량이 늘면서 SUV 라인은 가동률이 1교대 기준으로 100% 수준에 육박했다. 일손이 달려 회사 스스로 인력 충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들이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된 셈이다. 회사가 올해 판매목표를 10% 이상 늘려잡았다니 복귀 규모는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겠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던 쌍용차 평택공장에 이제 막 밝은 햇살이 비치려는 순간이다. 그런 시점에 국정조사로 회사를 뒤흔들어 놓겠다니.

회사가 떳떳하면 국정조사를 받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사람들도 있다. 웃기는 소리 말라. 국정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한두 번 봤는가. 심하게 말하면 정치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있는 것이 국정조사다. 회사에는 결코 소명의 기회가 돌아오질 않는다. 만약 강제적 해고자 복귀라는 정치적 결정이 내려졌다 하자. 어떻게 될까. 쌍용차는 당장 제2의 한진중공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주인을 찾아 중국을 넘어 인도로 간 쌍용차다. 그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박근혜 정부 노사정책의 첫 시험대다. 해고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듯이 회사의 얘기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원칙대로 판단하고, 원칙대로 실행하면 된다. 노사관계도 이제 정상화시킬 때가 됐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