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전날 윤 수석대변인이 그동안 진보진영을 겨냥한 자신의 비방발언에 유감을 표하며 자세를 낮췄지만 야당이 거듭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당내에서도 마뜩지 않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요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수석대변인이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김덕룡 민화협 상임의장에 대해 `정치적 창녀'라고 말했는데 그런 식이라면 우리를 지지한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뭐가 되느냐"라며 "국민대통합이라는 취지에 적절한 인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야당에서 임명철회까지 요구하는 마당에 우리로서는 그냥 노코멘트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주요 인사는 "박 당선인이 나름대로 전문성을 존중해서 윤 수석대변인을 임명한 것 같은데 야당에서 반발하고 내부에서도 불편해하고 있으니까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전날 종편 채널에 출연해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분을 택한 것이 대통합과 어떻게 맞아떨어져 매칭할지 의문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윤 수석대변인은 문재인ㆍ안철수 전 후보에게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전날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윤 수석대변인의 과거 발언으로) 상처를 받을 사람은 새누리당 안에도 많다"며 "진영을 옮겨 박 당선인을 도운 사람도 많다.

당내에서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도 "김경재, 한광옥 등 대통합 행보에 참여한 분들이 `정치적 창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은 데 이어 "48%를 포용하겠다는 당선인의 말에 공감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면 48%를 포용할 수 없다"며 "그래서 윤 수석대변인이 좀더 확실한 사과를 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박 당선인의 첫 인사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이러한 상황이 사실상의 예비내각을 구성하는 '인수위 구성'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정권출범을 앞두고 파장이 확산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다만 당내 전반적으로는 박 당선인의 첫 인선인 만큼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 "박 당선인이 아주 선이 분명하게 국정운영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려는 이런 관점에서 윤 수석대변인을 임명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윤 수석대변인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측 인사는 "일단은 박 당선인이 윤 수석대변인을 인수위 기간 두 달가량 임명하겠다는 것인데다 당선인의 첫 인사인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라디오에 나와 "이번 대선에서 보수가 이겼으니 보수주의자를 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