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캠프 해단식은 그가 내세운 새정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출정식이었다. 3일 서울 공평동 캠프사무실 6층에서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해단식에서 안 전 원장은 ‘새 정치’와 ‘새로운 미래’를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민주당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안 전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 후보 간 선거전에 대해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국민들께서 만들어 주시고 여러분이 닦아주신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장 곳곳에서도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안 전 원장의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 회견 내용 중에서 선택한 것이다. ‘과거 대 미래’ 구도를 대비시켜 안 전 원장의 새정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원장은 아울러 해단식 인사말을 통해 지지자들 규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하다는 말을 다섯 번이나 했다. 고맙다는 말도 두 번 했다.

안 전 원장은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라며 “바로 여러분이 안철수였다”고 평했다. 안 전 원장은 “어떤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화에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안 전 원장은 문 후보 지원 방식과 일정 등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안 전 원장은 지난달 23일 사퇴선언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발언을 되풀이 하며 “지지자 여러분들께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고만 언급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 지원을 일일이 밝히는 자리라기보다 지지자들에게 새정치 메시지를 주는 데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전 원장은 사퇴선언에서 더 나아가서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문 후보를 돕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원 방식과 시점에 대해서는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원장의 적극적 지원 여부는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KSOI) 조사분석실장은 “문 후보 독자적으로는 2030세대 투표율과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부산·경남과 충청 지역에서도 민주당 브랜드로는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 전 원장의 적극적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2일 SBS·TNS와 한겨레신문·KSOI가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안 전 원장이 도울 경우 문 후보의 지지율은 5.5~6.8%포인트 올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