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의 꿈' 두달만에 접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3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출마한지 65일 만이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이날 밤 8시20분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이상의 단일화를 둘러싼 대립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재편되게 됐다.

안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는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두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두 후보는 이날 시민사회단체 중재안(적합도+가상대결)과 안 후보 측의 수정안(지지도+가상대결)을 놓고 전권을 쥔 대리인 간 회동까지 가졌으나 끝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안 후보 측은 8시쯤 여론조사 실시 불가 입장을 밝혔고 이어 안 후보는 사퇴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밤 우상호 공보단장을 통해 “정치 혁신과 새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안 후보께 정중한 예의를 따로 갖추겠다”고 밝혔다.

안형환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새로운 정치를 표방했던 안 후보의 후보사퇴를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정치쇄신에 대한 안철수식 실험노력이 민주당의 구태정치의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