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지지도' 문재인 우세, '가상대결' 안철수 앞서…'단일화 문안' 치킨게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여론조사 혼합 방식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으로 일관했다. 후보 등록일(25, 26일) 전 단일화를 위한 마지막 협상 시일인 23일까지도 ‘가상 양자 대결 50%+적합도 50%’(문 후보)와 ‘가상 양자 대결 50%+지지도 50%’(안 후보) 방안을 놓고 맞섰다.

두 후보가 내놓은 수정안은 각자의 유불리에 따른 것이라 서로 양보하기 쉽지 않다. 접점을 찾지 못하면 여론조사 불발로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양 캠프 내 강경파는 ‘후보 등록일 후 단일화’ 방안을 꺼내고 있지만 이럴 경우 둘 다 공멸하는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가상대결은 안 후보에게, 적합도 조사는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 지지도 조사는 두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다.
'적합·지지도' 문재인 우세, '가상대결' 안철수 앞서…'단일화 문안' 치킨게임
적합도 방식은 문 후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단일 후보로 적합한 후보는 누구입니까”를 묻는 적합도 조사는 누가 대통령감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국정 운영 능력과 정치 노선, 지도자의 자질 등 종합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이에 반해 “단일 후보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를 묻는 지지도 조사는 유권자 개인의 호감도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안 후보를 지지하지만 대통령감은 문 후보를 선택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대체적인 여론조사로 보면 적합도 조사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10%포인트 차로 앞선다. 지지도 조사에서도 최근 문 후보가 다소 앞서는 추세다.

안 후보가 선호하는 가상 양자 대결의 설문 조사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등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가상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왔다.

가상대결에서는 박 후보 지지층이 문·안 후보 중 상대적으로 박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 문제가 제기된다. 문·안 후보 지지층의 고의적인 역선택 가능성도 있다.

가상대결과 적합도(지지도) 조사를 어떻게 합산할지도 쟁점이다. 한 후보가 가상대결에서 얻은 지지율과 적합도(지지도)에서 얻은 지지율 결과가 다를 경우 이를 동등한 가치로 합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등가성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차범위 내 결과가 나왔을 때도 정치적 합의가 불가피하다.

결국 두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 후보 간 담판에 의한 후보 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조사 결과의 해석과 활용에 있어서 두 진영 간 정치적 합의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가상대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가상대결 지지율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박근혜-문재인’ ‘박근혜-안철수’로 양자 대결 조사를 해 박 후보를 이기는 후보를 가리자는 것이다.

■지지도 조사
단순히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방식이다. 응답자의 투표 행위와 직결된 표현이다.

■적합도 조사
특정 자리에 누가 적합한 자질을 가졌는지 묻는 방식이다. 일종의 ‘책임도’ 측정지표다. 추가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응답자의 지지 성향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