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 검증 통한 군요직 교체·계급 강등 진행

북한에서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후 광범위하게 진행돼온 `충성도' 검증에서 군부도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증 결과 군 요직 인사들이 교체되거나 직위는 그대로 두고 계급이 강등하는 일이 계속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7월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를 군 총참모장에서 해임한 것을 신호탄으로 최근 현영철 군 총참모장과 최부일 부총참모장, 김영철 총정찰국장의 계급을 강등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인물 교체를 대규모 숙청으로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리더십 교체에 따라 김정은의 사람들로 바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7월15일 일요일에 이례적으로 소집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전격 해임된 리영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의 군부 후견인 역할을 부여했던 인물이었다.

리영호는 2010년 9월 제3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고, 하루 앞서 대장에서 차수로 전격 진급하면서 김정은 시대 군부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영구차 맨 앞에 서서 호위하며 북한 군부의 선두주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 때문에 리영호가 '신병관계'로 해임됐다는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26일 국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통제 강화 과정에서 리영호가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문책 해임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리영호의 전격 경질 이후 군부의 다른 고위인사들에게도 검증의 칼끝을 겨눠 문제가 발견되면 계급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리영호의 뒤를 이어 총참모장으로 발탁된 현영철은 차수 진급 3개월 만에 대장으로 한 계급 강등됐다.

현영철은 지난 7월17일 대장에서 차수로 승진했지만 10월10일 당 창건 67주년 기념행사에 대장 계급장을 달고 나타났다.

또 올 2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관 명령을 통해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며 힘을 실어줬던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계급이 낮아진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이달 19일 내보낸 김 제1위원장의 제534군부대 직속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 관련 사진에서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계급이 대장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부일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도 대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별이 하나 적어지며 작전국장으로 사실상 '좌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군부 인사가 강등 또는 좌천됐지만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계속 수행하는 만큼 근신기간을 거쳐 복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김 제1위원장의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 수행자 명단에는 현영철, 최부일, 김영철도 이름을 올렸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이) 여전히 최고권력자인 김정은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시간이 지나면 원래 계급으로 복권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성도 검증에서 문제가 발견돼 계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고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성과를 보여주며 문제를 만회할 경우 원래 지위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김 제1위원장의 기마중대 훈련장 시찰에서 대장 복권이 확인된 김격식 전 4군단장이 대표적이다.

김격식은 2007년 4월 군 총참모장에 임명됐지만 2009년 2월 총참모장에서 해임된 뒤 황해도 일대를 관할하는 4군단장에 임명된 인물로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주도했지만 연평도 사건 이후 상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공화국 원수'로 추대한 다음 날인 지난 7월19일 김격식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최고사령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충성을 다짐했다.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도 작년에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지만 수개월 만에 원래 계급으로 복귀했다.

북한은 이처럼 군대의 충성도를 높여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을 더 공고하게 다지면서 전 국가적으로 이뤄지는 '김정은의 북한 만들기'에 대한 불만이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요 군 인사의 계급 강등과 복권은 정권 안보를 위해 군을 장악하는 것이 여전히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선군정치로 인해 위상이 높아진 군을 본보기로 사회의 기강을 잡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철운 기자 j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