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6일 내놓은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재계는 ‘안도’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기존 상호순환출자 해소와 대기업집단법 제정, 경제범죄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이른바 ‘3대 악법’이 빠진 것은 다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금융사 의결권 제한과 연기금 의결권 강화, 중간 금융지주사 의무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은 ‘5대 대못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경제 위기상황과 위헌 논란 등을 감안해 한발 물러서는 모양을 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간금융지주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하면 금융 계열사가 갖고 있는 일반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을 강화하려는 것은 ‘연금 사회주의’인 동시에 전형적인 관치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운용주체가 정부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권 행사가 정부와 정치권에 좌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정거래 관련 집행체계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내세운 공약들도 대표적인 개악 조항으로 꼽았다.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폐지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공정위뿐 아니라 경찰,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과잉 수사를 하게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5대 대못 규정 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 금지 △부당내부거래 요건 완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 등 10여개의 정책도 기업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정책 경쟁보다는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사회 갈등을 해소할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며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중기중앙회는 “다만 순환출자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신수종 산업 진출 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기회 상실과 골목상권 침해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