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처음에 동해선 우리 군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인근 병사 숙소인 소초(생활관)로 이동해 출입문을 노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승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1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보고를 통해 “귀순자가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30m 떨어진 내륙 1소초로 이동해 출입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동해선 경비대는 남북관리구역 동해지구 출입관리소(CIQ)를 경비하는 부대다. 정 의장은 “(귀순자가 문을 두드렸을 당시) 경비대 안에 사람이 있었지만, (경비대 건물이 노크 소리를)알아듣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 보고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4시께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북쪽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이탈, 지난 2일 오후 8시께 북측 철책지역에 도착했다. 그는 오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남측 철책을 넘었고 오후 11시10분께 내륙 1소초에 도착했다.

북한군 병사가 소초 문을 두드릴 당시 해당 소초에 설치된 CCTV 녹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정 의장은 허위 보고 등으로 8일간 정확한 실상을 몰랐다.

2008년 4월27일 판문점 인근 우리 군 GP(전방초소)로 귀순한 북한군 장교도 초소 문을 노크하고 귀순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북한 병사 귀순 과정에서 철책이 뚫린 데 대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자 엄중문책을 지시했다.

김 장관은 전군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를 소집하고 근원적인 보강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