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모바일 투표 논란으로 파행을 빚은 경선이 27일 비(非)문재인 후보 3인의 복귀 선언으로 봉합되자마자 손학규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당 지도부 간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김두관 후보도 문 후보와 당 지도부를 향해 ‘친노(친노무현) 기득권층’이라고 공격했다. 모바일 경선 공정성 논란의 핵심이었던 ‘로그파일(컴퓨터시스템 이용내역 파일)’이 공개되면서 본인 인증까지 마쳤으나 기권표로 처리된 규모가 599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번엔 지도부의 문 후보 편들기를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당 지도부가 문 후보 경선 캠프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 선대위는 문 후보 캠프가 ‘경선대책 총괄본부 공지’라는 제목으로 지역위원회별 전화투표 독려 지침을 발송한 8월24일자 이메일 수신 대상 수십명 가운데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대표비서실장, 정청래 당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포함됐다고 문제를 삼았다.

손 후보 선대위는 “기득권 안주와 패권정치에 물든 당내 일부세력과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납득할 수 없는 비민주적 경선방식,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경선관리, 부실 경선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특히 지난 26일 울산에서 일방적으로 투·개표를 강행한 당 선관위의 오만과 불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대표)-문(후보) 담합 주장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해당 이메일이 수신된) 유니텔 계정을 쓰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도 해당 메일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데 왜 그런 식으로 공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비서실장은 “집단으로 메일을 보낸 게 어떻게 담합이냐”며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캠프 내 한 팀원이 이메일을 보내다가 이 대표 등 일부 당직자 주소가 잘못 들어간 것”이라며 “비밀문서도 아닌 통상적인 업무지침을 가지고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경선 복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친노라는 이름의 세력이 당의 새로운 기득권과 특권이 되고 있다”며 문 후보와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김 후보는 “노무현의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과는 완전히 결별하겠다”며 “마음을 비우고 당당하게 당내 특권·반칙과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패권 세력이 주도하는 민주당 경선을 국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바꿔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 선대위도 “당이 권리당원, 제주·울산 모바일 투표와 관련한 로그파일과 DB파일을 폐기할 땐 당과 선관위가 문 후보 편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투표 후 유세를 하는 현 순회경선 방식을 즉각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두 후보 측은 이 밖에도 △권리당원과 제주·울산지역 모바일투표 전면 재실시 △제주 모바일 투표에 대한 전면적인 검표 △후보 측 참관인들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 구성 △후보 측 대리인이 참여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재구성 △선거관리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