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장들이 오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모인다. 재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논란과 노동계의 정치파업, 내수 및 투자 활성화에 대한 재계의 입장과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이 모임을 갖고 최근 경제계 현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경제5단체장들이 특정 사안을 다루기 위해 별도로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긴급 회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단체 입장’을 주제로 투자·소비 활성화와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이지만, 경제민주화 논란과 노동계의 정치 파업 등 재계 현안도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참석자들이 ‘대기업 때리기’ 식의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안된다는 재계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을 주관하고 있는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계의 애로 사항을 폭넓게 논의하고 건의문을 만들어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경제민주화와 노동계의 정치파업에 대한 재계의 입장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경제5단체장 모임에 앞서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회장단에 전달할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작년 2월 허 회장 취임 이후 외부 행사가 아닌 자리에 경제5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해 별도 모임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며 “경제5단체장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이 심각한 위기이며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 등 행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비판해온 경제5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공세에 위축돼온 재계가 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경총 관계자는 “이희범 회장은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데도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기업인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사면금지, 강제지분매각명령 등 시장경제에 반하고 위헌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는 행태와 노동 관련법 재개정 추진의 문제점 등을 지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내수 및 투자활성화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에 달렸다”며 “순환출자와 가공의결권 규제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투자를 많이 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반문했다.

앞서 경제5단체 및 10대그룹 투자담당 임원, 중소·중견기업 임원 등은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모임을 갖고 내수·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경제5단체장 회동에 앞서 내수활성화 대책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회의 성격이었다. 일부 기업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투자 애로사항과 함께 반기업 정서 확산의 문제점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 창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정치권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