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쓸 수 있는 자금의 한도가 없다. 이는 본선뿐만 아니라 각 당의 경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이 ‘돈의 전쟁(money game)’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지난 5월 7680만달러, 6월 1억600만달러를 모았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월 6000만달러, 6월 7100만달러의 기부를 받았다. 친기업 성향의 롬니 후보에게 큰손 기부자들이 몰리며 모금 액수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 대선은 후보들이 모금할 수 있는 돈의 한도는 없지만 유권자들이 기부하는 돈에는 한계를 뒀다. 유권자 개인은 한 해에 11만7000달러 이상 기부할 수 없다. 후보자에게 최대 5000달러, 당에는 3만800달러까지 줄 수 있다. 200달러 이상 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각 후보들의 외곽조직, 즉 슈퍼팩(Super PACS·독자적 정치행동위원회)에 기부하는 돈은 제한이 없다. 기부자들은 얼마를 내든 자신의 신원을 밝힐 필요가 없다. 슈퍼팩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을 언론 광고 등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지지 후보를 돕는다. 슈퍼팩 기부자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노동조합이지만 뉴욕타임스는 외국자본들까지 슈퍼팩에 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대선에서 지난달 말까지 슈퍼팩이 쓴 돈은 1억4400만달러로, 2008년 대선 때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가 넘는다.

영국은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거는 정당 예산으로 치러진다. 모금은 직접 기부금을 받거나 모금행사 개최 등으로 이뤄진다. 영국은 정치자금의 기부방법, 한도액에 대한 법적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 하지만 회계보고를 하지 않는 등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후원금을 몰수하거나 벌금을 물린다.

프랑스는 개인이 정치 후원금으로 연간 7500유로까지 기부할 수 있으나 선거운동 기간엔 4600유로로 한도가 줄어든다. 지난달 퇴임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화장품기업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50만유로를 건네 받는 등 모두 400만유로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