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당권파 부활…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제명' 부결
3개월 가까이 끌어온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출당)안 처리가 무산됐다. 진보당은 2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의 당사자인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상정했으나 13명의 재적의원 가운데 7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6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두 의원은 이미 중앙당기위원회에서 제명당했으나, 정당법에 따라 최종 제명처리가 되려면 소속 재적 의원의 과반인 7명 이상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두 사람의 당원 자격은 원상 회복됐다.

◆중립파 김제남 의원 반대로…

이날 의총에는 소속 의원 13명이 모두 참석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노회찬·박원석·강동원·서기호·정진후 의원 등 신주류 측 6명은 제명안에 찬성했다. 이·김 의원을 비롯해 김선동·이상규·오병윤·김미희 의원 등 옛 당권파 6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결국 찬반이 6 대 6으로 갈리면서 중립파인 김제남 의원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김 의원은 당초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권하면서 옛 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다. 김 의원은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13명 의원들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함께하면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의 상처가 치유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석기 의원은 제명안이 부결된 뒤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김재연 의원은 “당이 상처를 딛고 통합과 단결을 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의총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오후 6시30분이 넘어서야 표결에 들어갔다.

◆당 쇄신에 제동

진보당은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강기갑 대표 체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심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의총 직후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신주류가 주도한 대북·대미관 수정 등 당 쇄신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옛 당권파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당 대표는 신주류 측이 차지했지만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구성에선 옛 당권파가 우세한 상황이다. 심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원내 주도권도 옛 당권파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 땐 당 해산을 통해 신주류와 옛 당권파가 각자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 “두 의원 자격심사안 처리”

진보당과 민주통합당 간 야권연대 복원 역시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전제로 두 의원의 제명을 주장해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당의 결정사항을 지키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퇴출을 위한 자격심사안 처리를 들고 나왔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며 “민주당에 내일까지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청구안에 서명해 달라고 최후통첩했다”고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