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인허가 비리에 휩싸인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사업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

서울시가 24일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내부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파이시티 사업 주체들이 사업 지연 또는 무산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시공사, 자산매각주간사 등은 인허가 비리와 사업 추진과는 별개라고 입을 모았다.

김광준 파이시티 관리인은 “인허가 로비는 불가능한 사업을 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 지시를 받아 합법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업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파이시티와 시공계약을 맺은 포스코건설의 조삼규 차장도 “파이시티 사업은 작년 1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현재 법정관리인이 기존 경영진과 별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허가 비리는 현 사업주체와는 관계 없는 일이어서 사업 자체가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업자와 금융사 간 다툼,인허가 비리 등이 건물·점포분양(자산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업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법정관리인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앞으로 지을 건물을 미리 매각하는 방식으로 건축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파이시티는 오피스 2개동, 연구개발센터 1개동, 판매시설 1개동, 물류·창고시설 1개동 등 모두 5개동의 건물로 구성됐다.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은 물류·창고시설을 제외한 4개동이 모두 팔린 뒤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조건으로 파이시티와 시공계약을 한 상태다. 지금까지 사전 매각된 건물은 오피스 1개동(4565억원)과 판매시설(9200억원)이다. 나머지 오피스 1개동(4565억원)과 연구개발센터(4565억원) 등이 팔려야 시공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잇따라 불거지는 각종 불협화음이 파이시티 건물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되면 계약결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 조사결정도 사업진행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5년 11월과 12월에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일부 심의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점포로의 시설 변경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통과시켰다. S건설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허가 과정에서 탈법·불법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진 북한산 콘도 인허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며 “서울시 내부조사 결과에 따라 같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