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권 추락한 새누리 이끌고 4개월 만에 총선 완승
수도권은 패배…수도권 경쟁력 극복이 대선 '숙제'

"선거의 여왕 박근혜가 부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 진두지휘한 4ㆍ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전체 300석의 의석 중 과반에 가까운 150석에 육박하며 원내1당을 유지했다.

의석수가 162석에서 10여석 줄었지만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온갖 악재가 뒤범벅되며 바닥권으로 추락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기사회생이라는 평가다.

정치권은 `박근혜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의 총선전은 사실상 박 선대위원장의 `단독플레이'였다.

박 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당권을 잡았던 지난해 12월말만 해도 새누리당에는 총선에서 채 100석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비대위를 통한 정책쇄신에 이어 총선 공천에서 40%가 넘는 `물갈이'를 하며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기했지만 `정권심판론'에 기운 싸늘한 민심이 이에 호응할 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친노(親盧) 진영을 위시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연대가 영남권을 공략해오자 박 위원장의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박 위원장은 하루 10∼20곳의 지역구를 주파하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행복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두당이 합세한 거야(巨野)를 견제해달라고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지방 유권자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열광적이었지만 246개 선거구 중 112곳이 몰려있는 서울과 수도권에는 지방만큼의 청중이 모여들지 않아 냉담한 표심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그러나 12일 이뤄진 총선 개표에서 그는 승리 기준선인 130∼140석을 훌쩍 뛰어넘어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거머쥐었다.

탄핵역풍 속에서 121석을 획득했던 2004년 17대 총선때와 비슷한 `역전드라마'로 여겨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작년 10ㆍ26 재보선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꺼졌던 `박근혜 대세론'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되고 있다.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박 위원장은 8개월 뒤 대선승리를 위해 질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권의 또다른 잠룡으로 꼽혔던 정몽준 전 대표,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인 이재오 의원이 19대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현재의 역학구도상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에 힘을 보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권주자인 박 위원장의 선거지원 후 전국은 새로운 권력지형을 그렸다.

박 위원장은 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이남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가 사수했던 세종시가 있는 충청권과 야권으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됐던 강원에서 새누리당이 대승한 점이다.

박풍(朴風)이 되살아나며 새누리당 지지세가 중원으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중앙선대위의 김용환ㆍ서청원 고문 등 친박 원로들의 물밑지원이 한 몫을 했다고 전언하고 있다.

부산 사상에서 승리하며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원내에 진입했지만 박 위원장은 `낙동강벨트'의 `노풍(盧風)'을 차단해 안방격인 부산ㆍ울산ㆍ경남도 무난히 방어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수도권 영향력이 여전히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총력지원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수도권을 탈환하면서 작년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드러났던 그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연히 이를 극복하는게 대선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1번지'인 종로와 중구에 각각 나섰던 친박의 홍사덕 후보와 정진석 후보가 패배한 점도 타격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총선과 마찬가지로 대선에서도 수도권이 중요하다"며 "수도권에서의 제한적 영향력은 그가 대선가도를 순항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과제"라는 견해를 보였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박 위원장이 더욱 달라진 모습을 수도권에서 보여주지 않는다면 수도권 중도층에서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