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우려 주장 불구하고 송환…이후 연락 두절
中에 탈북자 강제송환 항의와는 상반된 조치 도마위에

최근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이 이슈가 된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3월21일 본국으로 송환되면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우즈베키스탄인 A씨에게 강제퇴거 조치를 집행했다.

강제송환된 이후 열흘이 넘었지만 A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현지에 있는 A씨의 어머니도 아들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경우 한국에서 우즈벡인 부인이 히잡을 쓰고 다닌 것 등을 이유로 해서 현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A씨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8년 본국에서의 종교적 탄압을 피해 현지에서 이름을 바꾸고, 새 이름으로 된 여권을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3년여간 체류한 A씨는 지난 2월7일 단속에 걸렸고, 당국은 A씨의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판단해 바로 다음날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를 거부하고 2월15일 난민지위인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 3월21일 난민불인정통지서를 A씨에게 교부한 즉시 그를 인천공항으로 데려가 우즈베키스탄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 2명이 인천공항에서부터 A씨를 데려갔다
A씨측 관계자는 "난민지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14일의 이의제기 기간이 허용돼야 하지만 A씨는 통지를 받은 즉시 송환돼 아무런 항변을 제기하지 못했다"며 인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난민인정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고문을 당할 수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을 한 것은 한국이 비준한 고문방지협약ㆍ난민협약ㆍ자유권규약 위반이며, 국제관습법상 강행규정인 강제송환금지원칙에도 정면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A씨측의 주장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기본적으로 가짜 이름을 기재한 '위명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에 단속에 적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신청 기각 이유에 대해서는 '자국정부로부터 박해받은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고, 부인으로 인해 본인이 탄압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으며, 우즈벡 정부는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라고 설명했다.

또 A씨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64조 2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어 법에 허용된 이의제기 기간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 안전'의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출입국관리사무소측 주장에 대해 A씨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난민들은 박해를 피해서 오는 것인만큼 위조 여권을 문제삼을 경우 난민 자격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씨측은 또 공공안전을 이유로 한 강제퇴거는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난민협약의 내용"이라며 "단지 우즈벡 정부가 A씨를 '테러리스트'라고 한 것을 한국정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우즈벡 정부가 국가 통제 외의 종교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 등으로 몰아 탄압한다고 보고서 등에서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에는 항의하면서 정작 우리 정부는 탄압받을 우려가 있는 외국인의 인권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법무부와 외교통상부는 A씨의 안전을 확인하고, A씨가 불법 구금과 고문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법무부는 앞으로 난민신청자를 고문과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하는 일에 대해 극도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valelape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