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사상에서 시작된 문재인 바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세 차례나 부산을 방문한 이유다. 다만 해운대·수영·남·동래 등 중부 및 동부지역은 여전히 새누리당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하루종일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손 후보가 손수레에 올라타 손을 흔드는 이색 거리유세에 호응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거리에서 연신 손을 흔드는 문 후보를 향해 미소로 화답하거나 목례를 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엄궁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상을 운영 중인 김경숙 씨(49·여)는 “손 후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하게 보였지만 솔직히 (문 고문과) 대적할 만한 상대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사상 시장에서 만난 이모씨(56)는 “손 후보가 어리지만 당찬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약속을 지킬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손 후보는 “사상의 필요한 부분들,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분들을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영세 상인들과 서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약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과 접하고 있는 북·강서·사하 등 부산 서북권 내 다른 지역구들도 문재인 후광에 힘입어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역의원인 조경태 후보(사하을)와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최고위원, 사하갑에서 문대성 동아대 교수와 맞붙은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등도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반면 해운대 수영 등 이른바 부촌에서는 문재인 바람도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해운대에 살고 있는 강모씨(61·남)는 “문재인 조경태를 제외하면 사실상 민주당이 부산에서 가져갈 만한 지역구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수영에서는 사실상 여권 후보끼리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인 유재중 의원은 최근 삭발까지 해가며 자신에 대한 성추문 의혹을 제기한 박형준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부산=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