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아래쪽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洗掘)을 보수하는 데만 50억원가량 들어갑니다. 3000억원 안팎인 예정 공사비를 일찌감치 초과해 적자가 불가피합니다.”(A사 현장 공무팀장)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대부분이 적자 등 재정적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수주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다 환경단체 등의 부실공사 주장으로 공사기간이 늦어지고 각종 보수비용이 늘어난 때문이다.

○각종 보강공사에 비용 눈덩이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대강 사업 170개 공사구간 중 실행률 100%를 웃도는 적자 현장이 늘고 있다.

실행률은 예정공사비 대비 실제 공사금액의 비율로 100%를 넘으면 적자, 이보다 낮으면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낙동강에서 보를 시공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16개 보의 실행률은 평균 110% 수준”이라며 “대부분 건설사들이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4대강 사업의 공사비가 늘어난 이유를 하천공사의 특수성에서 찾고 있다. 홍수 등으로 공사기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낙동강 공사는 정부가 경남도로부터 사업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D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공사 반대 단체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공사가 늦어졌고 이에 따라 인건비 부품비 장비비 노무비 등이 추가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세굴과 누수 보강공사도 비용 증가 요인이다. 창녕함안보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 8개 보와 금강공주보 등 모두 9개 보에서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비용은 건설사 부담이다.

H사 관계자는 “하자는 보수가 원칙”이라면서도 “정부가 개통식을 하고도 준공하지 않은 채 각종 보수공사를 요구하고 있어 비용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는 “정부 핵심 사업인데다 반대 단체들의 다양한 지적사항까지 수용하다 보니 토목공사가 아닌 첨단 구조물 공사가 됐다”며 “4대강 공사구간이 토목공사 역사상 유례없는 공사비 과투입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가 수주와 ‘꽉’조인 예산도 원인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와 엄격한 예산 투입도 건설사 적자를 늘렸다. 2010년 낙찰자를 선정한 4대강 사업 턴키공사 3개 공구의 낙찰률은 예정가 대비 50%대였다. 100억원짜리를 50억원에 공사하겠다는 것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수행하는 턴키 공사의 낙찰률은 평균 90%대다.

S건설 관계자는 “추가 발주 사업을 겨냥하거나 토목공사 발주 감소에 따른 유휴인력 활용 차원에서 참여한 회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턴키 발주로 4대강 살리기는 추가 비용이 생기지 않은 흔치 않은 국책 사업이 됐다. 당초 계획대로 16개 보와 하천 정비사업에 들어간 공사비 11조4100억원을 포함, 총 22조2000억여원으로 공사가 끝난다. 2014년까지 추진되는 경부선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조1328억원(37.4%)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보형/심은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