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바꿔 부른 것은 대학을 이제 막 졸업한 20대다. 철없는 젊은이들이 아무렇게나 떠드는 것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시대다. 해군이 분을 못삭여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도 우습다. 사실 철없는 아이들이 무슨 얘긴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얘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해군을 해적이라고 장난하듯 부른 사람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다. 방송에 나와 스스로를 마르크시스트라며 자랑스러워한 이 젊은이가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그렇게 정치는 나꼼수 수준으로 저질이 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 현장책임을 맡고 있는 해군 준장에게 정권을 잡으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은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다. 이런 상식 이하의 협박이 없다. 문화인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한때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의 입을 통해 마구잡이로 터져나온다. ‘비키니 인증샷’ 논란이 불쾌하다며 트위터 절필을 선언했던 여성작가는 때는 이때라는 식으로 ‘해적’ 놀이에 다시 가세했다. ‘가카 빅엿’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욕설로 법원의 품위를 실추시킨 판사는 대중에게 이름 깨나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통합진보당의 공천 심사 대상이 됐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저질 인터넷 방송에서 대중들에게 욕지거리나 가르치던 어떤 인물은 버젓이 민주당 한 지역구의 전략 공천 물망에 올라 있다. 후보 매수 유죄를 받은 서울시교육감의 첫 멘트가 “쫄지 않고 항소심에서는 이기겠다”였다는 사회 수준이다. 물론 어느 사회에나 저급문화가 있고 시궁창도 있다. 구중 궁궐에도 개구멍이 있는 것이고 최고급 요리집에도 구정물 하수구가 있다. 문제는 그런 구정물이 식탁으로 역류하고 시궁창이 안방으로 밀려드는 그런 난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욕설 수준의 저질 표현들이 정치 언어로 둔갑하는 시대다. 객관적 사실이 음모론에 치이고, 상식이 몰상식으로 대체된다. 저질 욕설과 선동에 웃고 박수치는 대중은 정치의 노예가 되어서야 후회할 테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때일 것이다. 난행의 사회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진정 긴 터널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