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야권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 “정치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총선 공천잡음에 대해선 “공천에 친이 친박이 없다”고 정면돌파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도대체 문재인 후보의 정치철학이 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나 정치철학, 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분이 최근 노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각을 세웠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들으면서 소통을 강화하는 게 참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고 (안 원장이)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친이명박)계의 반발에 대해 “공천심사에서 친이, 친박(친박근혜)의 개념은 없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어떤 부분(친이계)에서 많이 탈락했다고 하는데 공천이 다 끝난 게 아니고 일부만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다 발표되면 다른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비례대표로 총선에 나설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한 채 “당의 결정에 맡길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명박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탈당이 해법은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도 국정의 책임있는 마무리를 위해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해 “상설 특검제를 포함해 근본적 장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대선 때 제시했던 경제공약인 ‘줄·푸·세’ 중 ‘줄’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밝혀 경제정책이 복지 중심으로 돌아섰음을 시사했다. 그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공약한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로 요약되는 성장 중심 경제) 공약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배경은 당시 경제가 침체돼 있어 경기 부양을 해야되지 않느냐는 차원이었다”며 “‘줄’은 세율을 낮춰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인데, 그 부분은 이 정부 들어 상당히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푸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복지를 강조했다. 대기업 정책에는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나 대주주 일가에 일감 몰아주기 등은 막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고, 출자총액제 부활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박 비대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박 위원장이야말로 권위적 정치철학을 갖고 있다”고 반격했다. 문 고문은 “제 정치철학은 많은 국민이 문제를 제기하면 귀를 기울여 충분히 검토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