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소급입법 문제까지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 특별법(저축은행특별법)’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어물쩍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27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저축은행특별법과 카드수수료 인하를 담은 여신금융전문업법 등의 법률안을 심사한다. 이 법안들은 법사위를 통과하면 이날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돼 곧바로 표결처리 절차를 밟게 된다.

저축은행특별법은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이상 예금자에게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55%까지 보상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정액 이하 예금에 대해서만 정부가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과거 손해를 본 예금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야기하는 이 법안은 4월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법안이 부산·경남(PK)지역 총선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통합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은 “정부는 반대하고 있고 여당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정부와 여당의 의견을 모으면 그 다음 우리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부산·경남 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부산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법안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와 국회 안팎의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적극 반대할 의사가 없어 법사위에서 이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의 지침은 없으며, 당론도 없다”며 “27일 열리는 법사위에서 법사위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법사위 의원은 “정부가 법안에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합리적 법안’의 대표 사례로 꼽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재후/남윤선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