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 불출마…'50년 지기' 같은 날 퇴장
박희태 국회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9일 민주통합당의 최다선(5선)인 박상천 의원(전남 고흥보성·사진)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8대로 정치를 접는 두 사람의 닮은꼴 정치역정이 새삼 화제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 10여분 전 박 의장은 돈봉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193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인연은 서울대 법대 동기(1957년)로 시작됐다. 61년 사법고시도 나란히 합격해 검사에 임용됐지만 박 의장은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 부장검사,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박 의원은 지방청만 전전하다 결국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두 사람은 13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에 입성했다. 박 의장은 민정당 공천으로,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민당 소속으로 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초선 시절 두 사람은 여야의 정치개혁특위 간사로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 이후 두 사람은 여야 대변인, 법무부 장관, 당 대표 등을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공교롭게 24년 정치 인생의 퇴장을 선언하는 것까지 같은 날 하게 됐다. 박 의원은 “의장직을 잘 수행해 명예롭게 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다 마감했으면 좋았을 텐데, 본인이 이 사태를 감당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소속은 달랐지만 두 노정객의 막역한 사이는 국회 주변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여야가 뒤바뀐 18대 초반 “여당의 박(희태) 의원이 국회의장을 하고, 박(상천) 의원이 부의장을 맡으면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박 의장이 국회의장 도전에 나선 2010년 초, 박 의원도 민주당 내 국회부의장 경선에 나서 이 같은 얘기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홍재형 부의장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양박’이 나란히 의장석에 서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