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4·11 총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중진 의원들은 ‘용퇴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천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홍 전 대표는 8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쇄신하고 개혁하지 않고는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을 수 없다”며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이 어렵기 때문에 당을 위해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으냐를 고민하다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년 전 당을 믿고 나라를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점에 대해 당 대표를 지낸 저로서는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지역구(서울 동대문을) 사정은 좋다”며 “민주당세가 강한 강북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유일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을 처음 제기했던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홍 전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홍 전 대표가) 자기 지역구에 나올 후보를 위해 진력하고, 다른 지역구 후보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4대강 전도사 이재오 의원과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나경원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도적 역할을 한 분이 총선에 나가게 되면 야권의 거센 비판과 공세에 직면할 것인데, 그건 총선 국면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과 홍 전 대표의 공천 신청 포기에도 불구하고 당내 중진 의원들은 속속 공천 신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층 강해진 퇴진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홍사덕(6선·대구 서구), 박종근(4선·대구 달서갑), 허태열(3선·부산 북강서을) 의원 등 친박계 영남권 중진들은 물론 이재오 의원(4선·서울 은평을) 등 구주류 중진들도 가세했다.

이들 중진 의원이 일제히 출마를 강행하자 당내에선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선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다.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위원장의 자기희생적 모습에 당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더 형성될 필요가 있다”며 “영남 중진 의원들도 결단을 내려 고삐가 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