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쇄신파 "再창당 뛰어넘는 변화" 합의
김성식 정태근 의원의 탈당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 갈등이 하루 만인 14일 봉합됐다. 갈등의 축인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이 이날 회동을 갖고 그간 오해를 풀며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의 변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박 전 대표는 15일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2년7개월 만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내주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재창당 논란’ 사태는 일단 진정됐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동에선 공천권 개혁, 재창당 여부 등 당 쇄신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쇄신파에서는 남경필 권영진 주광덕 김세연 구상찬 황영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와 쇄신파는 비공개 회동에 들어가자 그간 쌓인 오해를 먼저 풀었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친박계 측이 쇄신그룹에 전달한 ‘비대위 체제를 총선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쪽지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공천권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이나 몇몇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공천을 대한민국의 정당 역사 속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어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쇄신파 의원들도 “재창당을 굳이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재창당 명시 여부를 놓고 쇄신그룹과 친박계는 충돌했었다.

박 전 대표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변화로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변화’는 1996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정당·민주당·공화당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자당은 5·6공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시 인기가 높던 이회창·박찬종 씨를 당 고문으로 영입해 수도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정책변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독립적인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참신한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정책도 크게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적극적인 행보를 요구하자 박 전 대표가 “제가 아직 비대위원장이 아니잖아요. 여러분들 하는 것 봐서 (비대위원장을) 할 거예요”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탈당한 의원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쇄신파 의원들은 “김성식 정태근 의원에게 탈당을 철회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표가) 인간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회동 후 양쪽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그분들(쇄신파)의 당을 위한 충정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했다. 황영철 의원도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우리의 의견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자리에 없었던 정두언 원희룡 의원도 회동 내용에 만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쇄신파가 요구하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인 게 없어 이번 회동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일단 이날 논의된 내용을 의원들과 상의하기 위해 15일 열리는 의총에 참석한다.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은 2009년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열린 의총 이후 처음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대표에게 의총 참석을 요청했고 박 전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김재후/김정은/도병욱 기자 hu@hankyung.com